[기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 조성일

 조성일 이사장 ⓒ
산 높은 곳에서 땅 깊은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세세생생 몸을 적시고 머금고 마시는 물은 만물을 서로 이어주고 지탱해주고 살리는 그 자체 物인 동시에 만물의 매개체이다.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도 물에 의지해 있지 아니한가?

기껏해야 5년 10년 부침하는 한 두 정치세력들이 감히 정략적으로 대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 바로 앞 선대님들만 하여도 더없이 물을 귀히 여기고 물 앞에 겸손했다. 왜 아닌가? 물로 육신의 때를 씻고 물을 매개로 마음을 하늘로 올렸으니, 엎드려 반성할 일이다. 그리웁다. 정안수 깨끗한 물.

공주가 소란스럽다. 가히 밀리면 내가 죽고 버티면 네가 죽는 공주보 전투다. 강물은 간데없다. ‘정권 바뀌면 감옥 갑니다’ 정진석 의원이 ‘4대강보 파괴저지 범국민대회’ 발대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4대강보를 손대지 말라며 한 말이다. 경고라 했다. ‘공직생활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하며 4대강 사업에 앞장선 일이다.’라고도 하였다.

묻는다. 정진석 의원은 4대강 보를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 했는데 우리가 했으니, 나의 보람이니 손대지 말라는 식의 태도는 무엇인가. 정진석 의원은 그 글에서 4대강 사업을 일부 그악스러운 환경론자들이 반대를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당시 우리나라 국민절반이 그악스러운 환경론자였다는 말이다. 생생하다. 4대강 사업은 발상부터 논란이 많았다. 둘에 하나는 해서는 안 된다고 말렸다.

안다. 국가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했을 줄 안다. 좋은 평판과 업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하지만 탐진치를 끊지 못 해 인간이다. 아무리 선의로 했다 해도 어찌 인간의 생각이 매번 이치에 부합할 수만 있겠는가? 하여 인간은 반성함으로써만 존재한다. 반성의 문을 지나지 않고는 인간의 길에 이를 수 없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인간이다. 불완전하므로.

더구나 4대강은 물,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보는 생명이 아니다. 보는 생명인 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물그릇은 물을 위해서만 그 쓰임이 있다. 아기보가 아기를 위해 있듯이, 물을 더 깨끗하고 유용하게 하는 그릇이며 소중히 다루며 사용해야 하고, 물을 상하게 하는 그릇이면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어찌 세균이 묻어 있는 축축한 보로 아기를 쌓고 있겠는가? 그것이 이치다. 정치논리를 빼고 물을 놓고만 보면 해결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월이 흘렀다. 7년, 공주보가 건설된 이후 거의 매주다시피 금강수질 변화, 침전물 오염, 쇄골현상 등 숱한 탐사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지금쯤은 총체적으로 점검할 때가 되기도 했다. 무오류의 오류에 빠져 그렇게 결사항전의 태세로 버틸 일만도 아니다.

정진석 의원은 ‘금강은 금강유역 주민의 것’이라 했는데 주민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뜻인 줄은 알겠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하더라도 어찌 최상의 공공재인 강물에 까지 소유, 영역(나와바리) 등 개인 및 소집단적 관점을 대어 충돌을 일으키는가. 만물을 소유적, 배타적 관점에서 보는 의식구조는 타인, 타집단과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며 자기 영역을 확장 내지는 공고히 하는 생존방식을 필연적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 ‘해체하면 감옥간다’는 그 말이 솔직히 말하건대 내 귀에는 ‘내 나와바리 손대지 마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공주보 문제만 놓고 보면 정진석 의원이 경륜 있는 정치인 맞나 싶다. 입담 쎈 완력만 보이지 큰 정치인으로써의 풍모가 전혀 없고 철거반대를 제시한 이유 또한 전혀 상식에 맞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틀리다. 정진석 의원이 발대식 날 쏘아올린 글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사항 두 가지만 꼽는다.

하나, ”어린 시절 제 고향 공주 금강에는 강물이 졸졸 흐르고 ... 금강은 홍수철마다 물난리가 났습니다.“ 아마도 이 말은 공주보가 홍수조절기능을 해서 보 설치 후 물난리가 없었다는 것일테고, 또 그 말을 받아 공주거리 곳곳에 ‘홍수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다. 거짓말이다. 나는 1956년 공주 금학동 우금티 아래 동네에서 태어나고 내내 자랐다.

강의 물난리가 무엇인가? 범람 아닌가. 한번 금강물이 넘어 산성시장까지 찬 적이 있다는 애기는 들었다. 그것은 제방의 문제이지 보가 없는 탓이 아니다. 강에 보가 있으면 큰물에 범람 위험이 더 크다. 사물의 성질을 조금만 알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지금은 도시밀집 주거환경으로 바뀌면서 취수보가 있기도 하지만 원래 보는 논에 물이 들어가는 구멍을 수멍이라고 하는데 물살 빠른 상류나 지천의 침하로 하상이 수멍보다 낮아졌을 때 수위를 높이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살짝 다른 얘기를 하자면 수문을 개방하면 우성뜰에 물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 또한 말이 안 되는 것이, 우성면은 금강보다 지대가 한참 높다. 물이 아래서 위로 흐르는가? 만일 금강물을 우성뜰로 보내기위해 보를 설치할라치면 그 높이가 연미산 중턱쯤까지는 올라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우성뜰은 유구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아무튼 수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 보가 어찌 물난리를 예방한다는 것인지, 공주보는 대청댐이 아니다.

둘, 정진석 의원은 같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주보를 건설하는데 1051억원이 들었고, 예당저수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도수로를 건설하는데 1100억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2151억원이 든 시설을 부수는데 532억원이 듭니다. 2700억원을 들여 공주보를 부수고 나서 얻는 이익이 무엇입니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혹세무민이다. 수치 빼놓고는 맞는 것이 없다. 글로 사람을 속이는 전형적인 행태다. 이글대로면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핵심인 지리지형적 관계는 쏙 빼놓고 공사비 액수만 얘기하다니. 선동을 위한 고의적 왜곡인지 아니면 몰라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번이라도 현장에 가보았으면 할 수 없는 얘기다. 갔었는데도 그랬다면 가서 물구경만 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예당저수지로 가는 도수로의 취수장은 공주보에서 한참 내려간 하류에 있다. 애초에 공주보와 무관하게 설치되었다. 공주보를 해체한다하여도 도수로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멀쩡하게 사용된다. 만일 정진석 의원이 위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면 무책임하고 알고도 왜곡했다면 참 나쁜 사람이다.

정진석 의원은 주민의견을 앞세워 ‘철거반대’를 얘기하는데 참된 정보를 전제하지 않는 주민의견은 원인무효다. 정의는 정의의 입으로 말할 때만 정의롭다. 여기서 반론으로 제시한 내용은 정진석 의원이 속한 자유한국당 도의원도 참여한 ‘충청남도 금강권역의 친환경적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것을 근거로 했음을 밝힌다.

시민은 책임을 묻는 자리에 있고 의원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타고난 선민의 자리가 아니다. 하겠다고 하니 꼭 하고 싶다고 하니 나선 사람 중에 시민이 선택해준 자리다. 남달리 잘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늘에 머리 두고 사는 사람 낱낱이 나만 못한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민본주의의 요체다. 그 사실을 모두가 사실로 자각했을 때 비로소 오는 세상이 천국이고 불국토고 인간해방이다.

아는 것과 자각은 다르다. 다름이 하늘과 땅이다. 민본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은 책임지는 자리에 나서지 말 일이다. 불행한 일이다. 설령 자각은 못했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나섰거든 말이라도 가려서 할 일이다. 인정이라도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네처럼 이름 없이 사는 사람들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얘기해도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사회에 크게 누가 되지도 않는다. 혼란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그나마의 자유다. 하지만 정진석 의원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그런 자유를 누리면 안 된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사회가 경박해진다.

덧붙인다. 삼면이 바다인 아담스러운 땅, 강줄기마다 운하를 파겠다고 했으니, 사람이 마음먹으면 못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마는 유한한 것은 무한한 것에 순응하여 그 무한성을 깨닫는 것만 못하다.

그리하여도 물은 흐른다.
그저 몸을 맡길 일이다. 그러 흐를 일이다.
머지않아 당신은 잊혀진다. 나도 잊혀진다.
당신과 나는 잊혀짐으로써 화해를 하고
물은 흐른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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