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종규 공주시 귀농인

 박종규 공주시 귀농인 ⓒ

 

서울에서 고향 공주(公州)로 귀농을 한 게 지난해 12월이었으니 이제 어느덧 반년이 되어간다.

서울에서라면 한참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고향에 내려온 후 기상 시간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5시 30분이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본다. 첫 기사는 ‘공주시 농촌지도 역량강화 프로젝트 강화’ 이다.

기사의 주 내용은 공주시 농업기술센터(이하 농기센터)가 농업현장을 찾아 각 작목별 맞춤형 컨설팅으로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뭔 일을 하나보다’ 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해왔던 바였다. 하지만 얼마 전 어느 공무원을 만나고 난 후 지금의 내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그 공무원은 공주시 농기센터에서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는 유병관 농촌지도사이다.

얼마 전 지도사와 나는 동네 이장님의 딸기밭에 들렀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의 생육과 유통 그리고 비료와 농약 등 전반적인 내용에서의 깊이 있는 대화에 심취됐으며, 나는 지도사와 이장님의 일행을 따라 이웃동네에 있는 선배 하우스까지 동행하게 됐다.

직원과 선배의 이야기는 내가 귀농을 해서 어찌해야하고, 농기센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알게 해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가려는 그를 붙잡고 한군데만 더 가 보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선배가 농사짓는 현장이다. 오이농사를 짓는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탐스럽게 달려있는 오이를 보며 나는 “농사 참 잘 지었네” 라고 감탄했다. 나의 이런 감동과 달리 농기센터 지도사는 잎과 줄기를 살펴보면서 “마그네슘이 좀 부족한 거 같은데요. 비료는 언제 뭘 주셨어요?” 라고 묻는다.

이어 “엽면시비를 할 때에는 어떻게 뿌리세요?” 라고 묻자 선배는 “그냥 농약 할 때처럼 뿌리죠”라고 대답 한다.

이에 직원은 “식물의 잎 앞면은 광합성을 위주로 하고 정작 비료성분의 흡수는 잎의 뒷면에서 하니까 엽면시비를 할 때에는 잎 뒷면에 뿌리셔야 합니다” 라고 조언한다.

순간 나는 이 말에 “이런 게 참된 기술이다” 이런 걸 배워야 돼” 라고 생각했다.선배와 지도사는 비료포대에 적혀진 질소, 인산, 가리, 마그네슘 등의 성분을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눈다.

옛날 학창시절 배웠던 원소기호들이 그들의 대화 속에서 열거되며 급기야 토양으로까지 이야기를 넓혀가고 있다.

정안천 변에 위치한 오이 하우스는 모래가 주된 흙이다 보니 비료와 영양제를 주어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양분이 빠져나가 버리니 “유기물(볏짚)을 활용하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간 동네 선배는 부모님으로부터 나름 전수 받은 농사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혼자 고군분투 하며 농사일을 해왔다.

이웃동네의 선배가 농기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농사를 짓는 반면에, 혼자 동떨어져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선배야말로 이러한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농업기술도 중요하고 활용하면 되겠지만 나날이 발전해 가고 변화 해 가는 농촌현장에 ‘농기센터는 꼭 필요한 존재구나’ 하는 것을 느낀 시간이다.

농기센터에서 농업기술 지도를 하는 걸 보면서 그냥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의 의사요, 약사이며,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토양검사를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비닐하우스의 흙을 여기저기서 떠 담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고맙습니다. 더 알려주시고, 더 가르쳐주시고, 더 자주 현장에 와주십시오” 라고 혼잣말을 해 보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공무원과 민원실에서 시민을 만나는 공무원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농업기술을 가진 공무원이야말로 농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처방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한 귀농생활에 성공해야 한다는 억눌림과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막연함 속에서 초보 농사꾼과 우리 농민들은 이렇게 간절히 외쳐본다.

“도와주세요! 유병관 농촌지도사와 같은 공무원이 도농도시 공주시에 더 많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