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공공기관 빗물이용시설 고작 3곳에 관리도 엉망

▲ 공주시청 전경.

 

한국은 물 부족 국가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993년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470㎥, 2000년 1488㎥, 2007년 1452㎥, 2025년 1327~1199㎥로 갈수록 물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연구소는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000㎥ 미만은 ‘물 기근(water-scarcity)' 국가, 1000㎥ 이상에서 1700㎥ 미만은 ‘물 스트레스(water-stressed)' 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water-sufficiency)' 국가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7.7㎜(1981~2010년 30년 평균)로 세계 평균 715㎜(육지 기준)의 2배 수준에 가깝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들어 강물과 댐에 가두거나 지하수 등으로 활용하는 수자원 총량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전망 2050 보고서는 한국은 오는 2025년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에는 평가 대상 24개국 중 물 스트레스지수(물 부족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 기근 국가'에 근접해 있지만, 국민들은 물 부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은 마시는 물과 개인과 가정의 위생을 위해 필요한 물, 세탁에 필요한 물 등 1인당 하루 94ℓ의 물로 살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물소비량은 287ℓ(2017년 기준)다. 10년 전보다 12ℓ나 더 늘어났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독일(127ℓ)이나 덴마크(131ℓ) 등 유럽국가의 2배가 넘는 물을 펑펑 쓰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날씨 변화는 물 재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수자원량 감소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면서 물 절약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제정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한 빗물, 오수 및 하·폐수처리수를 공업·생활·농업용수 등으로 재이용함으로써 물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물 재이용시설 의무설치 대상을 대폭 확대한 이 법에 따라 이후 신축되는 공공기관 청사는 빗물이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환경부 장관은 10년마다 물의 재이용촉진 및 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 법 취지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형편으로, 해당 법에 대해 아예 관심조차 없거나 귀찮은 존재쯤으로 여기는 등 무늬만 ‘물의 재이용 촉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전국의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빗물이용시설의 경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의 경우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된 곳은 시청사와 신관공공하수처리장, 장안면사무소 등 고작 3곳뿐이다. 2018년 1억 6000만 원(도비 30%, 시비 70%)을 투입해 설치한 시청사 빗물저금통사업은 인계인수조차 안 되는 등 관리실태도 엉망이다. 화단 조경이나 마당 청소 외에 화장실 용수로도 활용하고 싶지만 압력펌프 등의 설비가 문제로, 국비지원 등 재정적 뒷받침이 아쉬운 대목이다.

의지 부족은 더 큰 문제로, 공주시 관내의 모 대학은 빗물이용시설 설치에 시비 지원까지 제안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공주시의 경우도 관련 조례조차 없어 일찌감치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의무설치 대상 외에 개인 또는 단체도 물 재이용 시설을 설치하면 상수도 또는 하수도 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지자체와 ‘물 재이용 관리계획'을 수립해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와 비교된다.

지난 1986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30년 넘게 건축물 지붕을 이용한 빗물 집수 종합처리장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임상준 (주)고려산업 대표는 “물 부족 해소 일환으로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 자체를 잘 모르거나 안다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등 안타까운 실정이다.

관행적으로 수돗물을 사용하다보니 유지관리가 안 돼 모아놓은 빗물을 버리는 등 예산낭비와 물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 소중한 수자원의 활용 측면에서 빗물이용시설의 꾸준한 확충과 더불어 설치된 빗물이용시설의 활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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